Blame it on the Butterfly

essay 2009.12.13 22:58

나비효과 (에드워드 N 로렌츠)
브라질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미국 텍사스에 토네이도를 발생시킬 수도 있다


불행히도(?) 지금은 회사 주식을 대부분 제가 소유하고 있지만
소유구조에 대한 제 오랜 꿈은 직원 소유 기업 입니다.
직원"이" 주주라기 보다는
직원"만" 주주인 회사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직원이 주주 니까 열심히 할테고 회사가 잘되겠지." 가 아니라
"회사가 잘되면 외부사람(투자자)이 아니라 직접 일한 직원에게 돈이 돌아가는 구조" 를 원했습니다.

그게 좀 오래 걸리고 있는 이유는 다 그 몹쓸 나비 때문입니다.


회사를 설립한 첫해 이익이 조금 나서 전직원 여섯명을 불러 물었습니다.
"자 이익을 나눠주고 싶은데 주식으로 받으면 100원어치를 주고
현금으로 받기를 원하면 80원을 줄께 뭘 받을래?"

당연히 모두들 현금으로 달라고 했고 단 두명만 주식으로 받아갔습니다.
(세월이 흘렀고, 그 둘의 주식을 합치면 수십억대가 되어있습니다)

이후 두어차례 더 옵션 (주식이나 현금중 택할수 있게 하는) 을 제시했지만
언제나 대부분의 직원은 현금을 선호했습니다.
나는 민망해져서 더이상 보너스를 주식으로 주겠다는 얘기를 접었습니다.
나비 때문입니다. 

한 5년 전 쯤 부터는 제 주식 10%를 회사에 증여한뒤  3년 이상 근무한 직원들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프로그램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로 주식을 받은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주식을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며 주식을 처분했습니다.
저는 퇴사하는 이에게 돈을 선물하기 위해 그런 제도를 만든게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그런 모양이 되버렸고
지난해 나는 "이런식으로 주식을 주는건 보람이 없는것 같다" 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후배들은 "아니 옛날엔 주식을 주더니 왜 내가 받을때 되니까 없어지나" 하고
화가 날수도 있을테지요
그게 누구 책임이냐 묻는다면 저는 변명하고 싶습니다.
나비 때문이라고

여성직원이 많고 시절이 험해서 회사는 콜택시 회사와 계약을 했습니다.
불가피하게 야근을 하게 되면 계약한 콜택시를 회사로 불러
안전하게 귀가하게 한 것인데
어느날 부턴가  출근할때도 부르고 술마시고도 부르고 하는
직원들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회사가 그게 못마땅해 콜택시 제도를 없애 버리면
선의로 이용하던 수 백명은 피해를 보게 되는데
가해자는 바로
나쁜 나비입니다.


100명이 사는 마을이 하나 있습니다.
모두가 함께 농사를 짓고 수확물을 한곳에 쌓아 놓으면
각자 먹을만큼 가져다가 먹는 아주 평화로운 마을이었습니다.
어느날 홍길동이란 주민이 다른 마을에 사는 애인에게 주려고
2인분씩 가져가기 시작했어요
아주 작은 위반이지요
그런데 그 모습을 본 또 다른 주민이
"뭐야 나도 그럼 이모 줄래 " 하더니 자기도 2인분을 가져가버립니다.
그런 짓을 하는 사람이 서너명으로 늘자
2인분 안 챙기면 바보가 되는 정서가 만연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배분에 문제가 생겼겠지요

결국 이장이 결단을 내려 자율을 폐지하고 정량 배급을 시행합니다
없으면 덜 먹고 있으면 맘대로 먹던 자유가 없어지고 나니
생각지도 못했던 일도 벌어지더군요.
손님이 오면 옆집에서 곡식을 꿔야 될 일도 벌어지고 결국 대출이 생기고 전당포가 생기고
없던 절도 사건도 발생하고 경찰서 까지 들어섰습니다.

10년 뒤 이 마을에 태어난 아이는
마을에는 당연히 경찰이 있고 은행이 있고 담벽이 있어야 하는 줄 알지만
사실 그 거대한 변화가 홍길동이 날린 나비 한마리때문에 벌어진 일이란걸
아무도 알지 못했습니다.


다시 제 회사 얘기로 돌아가서.
오래전 제가 아주 이상적인 회사를 꿈꾸던 시절
우리회사는 자율 출퇴근 회사였습니다.
재택근무도 가능했었습니다.
어느날 임원 한분이 자율 출퇴근을 폐지하자고 제안했습니다.
직원들이 제도를 제대로 쓸 소양이 되지 않아 문제가 많다고 했지요.
아마도 직원들이 아니라 직원의 일부였을것입니다.
저는 반대했지만 회사는 결국 자율 출퇴근제를 폐지했습니다.
10명의 직원때문에 90명의 직원이 출근부를 쓰게 된겁니다.
그 10명이 날린 나비는
비약하자면 날고 또 날아
전세계에 자율출퇴근 회사의 씨를 말렸다고 보면 됩니다.
충분히 자기 싸이클에 맞춰서 플렉서블하게 일할 수 있는
품위있는 우리가
매일 아침 정해진 시간에 짜증나게 일어나야 되는 것은
저 옛날 누군가가 나비를 날렸기 때문이란 뜻입니다.


A 사장이 말했습니다.
"우리회사는 급여를 상후 하박으로 줄 수  밖에 없어요
저도 첨엔 신입들 월급 많이 줬는데
기껏 가르쳤더니 1년 도 되기 전에 나가버리더라고요
오래 다니지도 않을 애들한테 뭐하러 위험하게 투자해요"

저 옛날 기껏 가르쳤더니 뛰쳐나간 B 직원 때문에
A 사장은 이후 신입사원들 월급은 작게 책정했다고 합니다.
작은 월급을 받게 된 신입사원 C,D,E 들은
월급이 짜서 못다니겠다고 또 뛰쳐나가고
A 사장은 "거봐 내말이 맞지 " 하면서 상후 하박을 고수하게 됩니다.

그런 A 사장들은 늘어나다보면 업계 전체가 그렇게 변합니다.
그 모든 시스템이 놀랍게도 저 옛날 B가 사소하게 날린 나비때문이지요
월급을 작게 받는 신입들은 누구를 욕해야 하는가. 바로
나비입니다.


없는 돈 쪼개서 매년 전직원 해외여행을 다녀었던 시절이 있었지요
그런데
어느 해 몇몇 직원이 "차라리 돈으로 주지" 하고 투덜대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속상해서 이듬해부터 해외여행을 없앴습니다.


저는
한사람이 하는 사소한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결국은 세상을 바꾼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아주 무서운 일이지요

제가 점심값을 삥땅 몇번 치는건 아주 사소한 일입니다.
그런데 그런 사례들 때문에
회사가 점심값을 지불 안하기 시작하고
그게 내 후배와 후배의 후배와 또 후배의 후배들 수만명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면
모골이 송연해집니다.
그런데 그건 이론이 아니라 실제입니다.



있다가 없어진 좋은 제도
없다가 생긴 나쁜 통제
많다가 적어진 보상
적다가 많아진 의무
의 99%는

권력자 한명이 주도자하는게 아니라
수용자 한 두명의 잘못된 수용에서 비롯될때가 많습니다.

사람들 모두가
각자가 하는 행동 하나 하나가
다 나비처럼 날아다닌다고 생각했으면 좋겠습니다


내 초봉이 작고 내가 주식을 받지 못하고 내가 아침에 정시 출근해야하고
내가 단체 해외여행을 가지 못하게 되고 택시를 못타게 된 이유가
어느 한 두명이 날린 나비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니
이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인가요


그렇다면 우리는 피해자일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돌이켜 보면
우리도 어떤식으로든 작은 나쁜 나비를 매일 매일 날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날린 나비 한마리가 멀리 날아가서 나도 모르게 후배의 행복을 박탈했던 적도 많을 것입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의 사소한 오류가 그렇게 커지게 된다는 사실을 모르고 사는 것 뿐이지요
홍길동도 그랬고 B씨도 그랬고 A사장도 그랬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퇴행만 하는건 아닌 까닭은
좋은 나비를 날리는 사람도 그 만큼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학벌이 안좋아도 최선을 다해 일해준 동료A에 감명받은 사장이
전형에서 학력기재를 폐지해
몇년간 학벌 안좋은 천명이 구제를 받았다면
그건 그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그 A덕을 본겁니다.
그런데 그렇게 뽑은 사람들중에 자꾸 못된 B가 나타나서
사장이 다시 방침을 바꿔
몇년간 천명의 학벌 안좋은 인재들이 서류조차 낼 기회를 박탈당했다면
그건 그들이 못나서가 아니라 얼굴도 모르는 B라는 선배가 날린 나비 때문에
손해를 본겁니다.
모든게 다 나비 탓입니다.


아무튼 중요한건
내가 하는 행동이 남에게도 영향을 미칠수 있다는 것.
내가 무심코 한 작은 행동 하나가
세상을 후퇴시키고 진보시키는  나비일 수 있다는 것.
참 무섭지요




에덴동산에서 뱀의 속삭임이 날린 나비가
세상을 이렇게 바꾸어 놓았습니다.
우리는 오늘 또 무슨 나비를 날리고 있나요.


블루버터플라이프로젝트는
이런 나비 효과에 대한 생각에서 출발했습니다.





'essay' 카테고리의 다른 글

To. Blue butteflyees  (5) 2009.12.30
Blame it on the Butterfly  (0) 2009.12.13
Posted by BlueButterfly 여준영

댓글을 달아 주세요